지난 2014년 4월 대한민국을 슬픔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세월호의 인양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1000일 만입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이 들려오자 당시 사건에서 자기희생을 통해 사람들을 살린 의인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두려움에 떠는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퇴선을 늦추다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과 교사들입니다.
하지만 자기희생으로 수많은 목숨을 구했던 교사들은 순직공무원으로는 인정받았으나 순직군경(국가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보훈처가 구 국가유공자법에 의거 교사들은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민후는 2017년 3월,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교사들의 유족을 대리하여 국가보훈처를 상대로한 ‘국가유공자(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에서 승소하였습니다.
*사건요약
원고들은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교사들의 유족들입니다. 피고는 국가보훈처로 국가유공자를 지정하는 국가기관입니다.
원고들은 망인들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에 규정된 순직군경에 해당하므로 망인들을 순직군경으로 등록해 달라는 건의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망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국가유공자법은 순직군경(제4조 제1항 제5호)과 순직공무원(같은 항 제14호)을 별도로 규정하여 군인·경찰·소방공무원과 일반 공무원을 구분하고 있다”며 “군경은 여타의 공무수행보다 상대적으로 생명, 신체상의 위험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는 지위인데 교사로서 수행하는 '수학여행에서 학생의 보호자'의 직무는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국가유공자 등록거부는 적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본 법인은 이번 사안의 핵심을 ’일반공무원과 군경을 직위만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로 잡고 변론을 준비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망인들은 침몰하는 세월호가 외부로부터 구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조활동을 벌였고,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탈출할 수 있었으나 다시금 물이 차오르는 선박 아래로 내려가 구조활동을 벌이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생되었습니다.
이처럼 망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 구조에 매진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재산보호를 하는 직무, 즉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군경의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하였음을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무원으로서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또는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 중에 사망한 사람’, 즉 세월호 순직교사들도 순직군경에 해당될 여지가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망인들이 위험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군경등의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다가 사망하였고, 이들에게 순직군경의 예우와 혜택을 부여한다고 해서, 기존의 국가유공자법령 상 순직군경에 대한 개념과 체계가 흔들린다거나 국가보훈처에서 기존에 처리하였던 순직군경 인정 여부 업무와의 형평성에 반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①세월호 참사 당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던 상황, ②고인들이 수행한 구조업무의 고도의 위험성, ③해경이 해난구조라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 ④학생 구조에 관한 교사로서의 법적 의무 및 책임감, ⑤본인의 목숨보다 학생 구조를 우선시하였다는 다수의 생존 학생들의 진술, ⑥스승으로서 학생의 안전에 모든 것을 쏟은 숭고한 희생정신 등의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망인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판결요약
재판부는 본 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은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의 해당 여부에 관한 법령을 오인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매진함으로써 통상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목숨을 내던지면서 수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구한 순직교사들은 현충원에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연합뉴스 - 법원 "세월호 의인 교사들 순직군경 준하는 예우해야"
*경향신문 - 세월호 때 숨진 교사들 유공자 인정해야
등